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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10. 07:01 - sapauc

EMBA - 3번째 모듈을 마치며 -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한국에서 일을 할때는 전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었다. PT중 임원의 감정실린 날카로운 질문에도 잘 대응하는 나였지만 여기서는 좀 다르다. 언어만 다른것이 아니라 원초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다른느낌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것이 아직도 뼈에 베여있지만 지금 있는곳에서는 가만이 있는것이 곧 바보가되는 길이라는것을 천천히 깨닫는다. 침묵을 지키는것이 Passive violence 라는것을 커뮤니케이션 관련 토론 중에 듣고 많이 충격을 받았다. 곧바로 나와 내 와이프가 겪은 단어선정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공유했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한국 속담에 대해서 공유하고 그것을 극복하려 한다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행인지 공감해주었다. 예전에 나와 같이 CES에 갔던 미국인 동료가 본인은 과묵하다고 하는데 나보다 말을 더 많이 하고 있길래 뭐가 과묵하다는건지 하고 생각한일이 있었다. 몇 개월 뒤에 미국인들이 계속해서 그렇게 쉬지 않고 침묵이 생기지 않게 계속 말하는 것은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 (Just being polite) 때문이라는것을 알고 머리를 한방 맞은 듯 했다. 참 다르다.

 처음에 수업에 갔을때 2-3일동안은 진지하게 취소를 고민했던것 같다. 의사소통도 안되는 것 같고 괜한 말했다가 바보 될 것 같은 생각에 입 닫고 있다 또 주눅들고 눈치보고 하는 것의 연속이었다. 다들 영어가 너무 편안해 보이고 출신 회사들도 다들 BMW, Daimler, Allianz 등 화려하고 이미 CEO, 이거나 다른 C-suite 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사기꾼증후군에서 정의하는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냥 증후군이 아니라 실제로 진지하게 내가 있을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같은 산업 디자이너 출신인 독일인 친구가 너무 나도 수업에 잘 녹아드는것을 넘어 거의 클래스를 리드하고 있을때 자괴감도 들었다.  

오늘 저녁 세번째 모듈이 끝났다. 2월에 한블록 더 들으면 1학기가 끝나는 것이다. 등록금을 낼 차례라는 이야기...  처음에 전략 및 조직 모듈에서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지나갔으나 과제로써 책한권을 읽고서 그것을 요약하는 과제로 개인별로 다른 책을 할당 받았다.

나는 De-fi (탈중앙화금융) 에 관한 책이었는데 한국어로 번역해서 읽어도 잘 읽히지 않는 내용이라 한 달동안 정말 고통스럽게 지냈고 막판에 결국 털어내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지나면서 점점 코스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오늘은 질문도 의도적으로 많이하고 내 경험도 공유하고 예전보다 많이 편안해진 나의 모습을 보았다. 

지금 고통은 바로 Finance 과제이다. 배운사람이시라면 간단할 Cost of Debt, Cost of Equity 등을 계산하고 WACC 을 구하는것 팀과제인데 하필이면 IPO가 얼마 되지도 않은 Robinhood 로 정해져서 이미 제대로된 재무재표가 없는데다 Brokerage 라는 업종 특성때문에 나에게는 두번 꼬여있는 Case 이고 Balance sheet 보면 독일 처음와서 메뉴판 보는 느낌이다. 문제는 구글번역기 같은게 없다는것. 이 고통도 다음주면 지나갈 것이고 또 그렇게 마무리하면 작은 한걸음 떼는 것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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