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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독일 스타트업 시리즈 - 릴리움의 파산: 설립에서 몰락까지

 

 
 
 
전기 수직 이착륙(eVTOL) 기술로 도시 항공 모빌리티(UAM)의 미래를 약속했던 독일 스타트업 릴리움(Lilium)은 혁신의 상징으로 주목받았으나, 자본 조달 실패와 기술 상용화의 장벽을 넘지 못하며 두 차례 파산 신청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릴리움은 2015년 뮌헨에서 설립되었다. 목표는 전기 동력 기반 수직 이착륙 항공기를 통해 도시 이동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었다. 2017년 2인승 프로토타입의 성공적인 시험 비행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5인승 모델을 공개하며 기술적 진전을 입증했다. 2021년 나스닥 상장(SPAC 합병)을 통해 약 8억 3000만 달러를 조달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00대 선주문 계약을 따내는 등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7인승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첫 번째 파산: 재무적 한계의 노출
릴리움의 성장 궤적은 2024년에 급격히 흔들렸다. eVTOL 개발은 자본 집약적이며, 상용화 전까지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필수적인데, 릴리움은 이를 감당할 재무 구조를 확보하지 못했다. 2024년 상반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1억 8600만 유로(약 2억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독일 연방정부와 바이에른 주정부에 1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요청했으나, 지원이 거부되자 2024년 10월 28일 자회사 릴리움 GmbH와 eAircraft GmbH가 바일하임 지방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나스닥 주가는 90% 이상 폭락하며 거래 정지 상태에 돌입했고, 누적 투자 손실은 약 15억 유로로 추정된다.
 
 
두 번째 파산: 회생 노력의 좌절
첫 파산 신청 후 릴리움은 구조조정과 추가 자금 유치를 통해 재기를 모색했다. 2024년 12월, 투자자 컨소시엄과 1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협약을 체결하며 희망을 키웠으나, 해당 자금이 실제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유동성 위기는 심화되었다. 결국 2025년 2월 27일, 릴리움은 파산 관리인을 선임하며 두 번째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첫 파산 신청 후 불과 4개월 만의 일로, 회사의 존속 가능성이 사실상 소멸했음을 의미한다.
 
실패 원인 분석
릴리움의 실패는 기술적, 재무적, 전략적 요인의 복합적 결과다. 첫째, eVTOL 상용화는 항공 인증(EASA, FAA)과 장거리 비행 성능 검증에 수년이 소요되며, 릴리움은 이를 위한 자본 버닝 속도를 과소평가했다. 경쟁사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이 토요타로부터 5억 달러를 추가 유치하며 개발을 지속한 반면, 릴리움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둘째, 기술적 한계도 문제였다. 아이스버그 리서치(Iceberg Research)는 릴리움 제트의 비행 시간이 5분 30초에 불과하고, 780대 주문 중 600대 이상이 구속력이 없다고 비판하며 기술 과대 광고를 지적했다. 셋째, 독일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은 결정타였다. 이는 유럽 내 첨단 모빌리티 산업 육성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다.
 
시사점
릴리움의 사례는 혁신 기술 기업이 자본 관리와 현실적 로드맵의 균형을 맞추지 못할 경우 얼마나 빠르게 붕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VTOL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릴리움의 몰락은 기술 개발만큼이나 재무 건전성과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때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15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던 릴리움의 꿈은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그 교훈은 미래 항공 산업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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